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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맛집 - 진정한 매운 맛, 사천요리



인간은 항상 일신의 편안함과 신체의 건강함만을 찾을까요? 모든 동물이 고통은 피하려 하고 쾌락은 가까이 하려 한다는데 왜 인간은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하고 스스로 힘든 환경에 처하려 할까요?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음식 소개하는데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 하시겠지만 전 항시 이 음식을 먹을 때 마다 내가 왜 이걸 먹고 있나 궁금해 합니다. 먹으면서 후회하고 먹고 나서도 후회하고 다신 안 간다 다짐한 후 어김없이 한 달 정도 지나면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한 번 더 갈까 물어 봅니다. 이 악마 같은 요리는 한 번 맛들이면 몸이 상하며 혀가 마비되고 다음날 어김없이 배가 아프며 다음날 화장실 갈 때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여 보고자 꼭 크리넥스를 챙기게 합니다. 전 섬세한 남자니까요. 아 죄송합니다. 전 섬세한 부분도 있는 남자니까요.

 

이 요리 같지도 않은 요리의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이 요리는 저 멀리 중국에서도 한참 내륙에 있는 사천이라는 지방에서 왔습니다. 사천이 어디시냐 궁금하신 분은 쉽게 설명하면 삼국지의 유비가 촉이라는 나라를 세운 곳이라 하겠습니다. 여기 제 나이 또래의 남자라면 삼국지라는 오락을 한 번이라도 해 보셨기에 바로 촉이 어디 있는 건지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바로 그 촉이라는 나라의 수도 청도가 바로 사천 지방의 주도가 되겠습니다.

 

이 사천 요리가 맵다는 것은 다들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먹어 보신 한국 분들은 별로 없으실 것 같습니다. 요즘 표현대로라면 시드니에 맵다고 회자되는 여러 불닭들이 그냥 커피라면 진짜 사천 요리는 TOP라 하겠습니다. 사천 요리는 저에겐 남자친구 입장은 전혀 생각해 주지도 않고 엄청나게 성격이 더러워서 맨날 크게 싸우기나 하고 싸운 후에도 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몇 일을 씩씩대게 만들며 내가 다시는 만나나 봐라 몇 번이고 다짐을 해도 술만 먹으면 다시 전화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나쁜 여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나쁜 불량 식품 사천요리를 중국인 친구들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제대로 불량하게 제공하는 식당이 시드니에 있습니다.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Glebe에. Glebe Point Road 초입에 위치한 이 식당의 이름은 蜀香坊(촉향방) 영어로는 Spicy Sichuan restaurant 입니다.

 

우선 이 식당은 지금까지 제가 소개했던 많은 식당처럼 못 생기지 않았습니다. 다른 중국 식당의 그 시골스러운 인테리어에 비하면 아주 세련되었으며 도리어 그 꾸밈이 과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화려한 식당은 원래 제가 싫어하는 스타일입니다. 지독히 겉모습에 집중하는 사람은 그 내면이 아름답지 못하다며 내실이 없기로 유명하기에 괜히 한 번 만났다 돈만 뜯길 거 같아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니 한 번 말이나 걸어 볼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봅니다. 사실 이 식당 옆을 지나가다가 옆이 쫙 엉덩이까지 찢어진 중국드레스를 입은 이쁜 웨이트리스를 보고 나서 왜 생뚱맞게 중국드레스를 성인 사이트에서 파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며 나는 이런 저급한 눈속임에 빠져 돈을 날리지 않는 냉철한 인간이다 라며 비웃고 지나친 후 정확히 1분 만에 오늘은 여기로 할까 하고 돌아간 식당입니다. 참고로 이 글을 읽고 내일 저녁을 여기서 하시려는 벌써부터 들뜬 남자분들에게 참고로 말씀 드리면 그 뒤 그 웨이트리스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처음 오픈하고 한 달 동안 테이블에 있던 금색 식기와 금색 물잔들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들은 한국에서 성행하는 이벤트 도우미와 같은 존재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의 이 눈에 보이는 싸구려 계교는 그 뒤 저처럼 한 번 맛보고 그 음식 맛에 중독된 사람들로 인해 오픈발 제대로 받고 현재도 주말 저녁은 사람들로 꽉 차서 예약이 필요한 식당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식당 2년 만에 시티에 분점을 내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사천요리 식당이 생기게 할 정도로 현재 시드니에서 매우 잘되는 식당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시티에 있는 분점을 가 보지 않았지만 월드타워 근처 Maze 백팩 뒤 쪽에 있으니 Glebe까지 가기 귀찮으신 분들은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작은 애피타이저로 가볍게 시작합니다. 한국말로 읽으면 부부편육이라는 이 Beef and tripe in chilli oil은 중국 식당에 가면 나오는 매운 칠리오일에 소고기 편육과 소의 양을 첨가한 요리입니다. 이 후 벌어질 입안에서의 전투를 대비하기 전 가볍게 혀의 신경을 덜덜하게 만들어 이 후에 나올 요리를 대비하게 해주는 여기 요리 중에 그나마 덜 매운 요리입니다. 자신 있게 애피타이저로 추천드립니다. 만약 이걸 드시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시킨 요리를 최대한 취소 시킨 후에 서둘러 나가서 한국 식당으로 가서 불닭을 드시면 되겠습니다. 아마 불닭이 양념통닭처럼 달콤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자 이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요리로 말할 것 같으면 빨간 태양초 고추와 사천 요리의 대표인 산초나무의 열매인 분디를 기름에 튀긴 후 거기에 돼지곱창을 약간 추가한 요리입니다. 천엽편장(중국간체를 써서 틀릴 수도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영어로 Dry-fried pig intestine with red chilli 인 이 요리는 18.80 불입니다. 저 많은 칠리는 맛을 위한 건지 사람 먹으라고 저렇게 퍼 주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드시지 말기를 추천 드립니다. 속된 말로 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돼지 곱창만 건져 먹는다고 매운 맛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저 멀쩡하게 생긴 돼지 곱창은 벌써 뼈 속까지 칠리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돼지 곱창만 건져 먹어도 혀는 이제 마비입니다.

 



오늘의 진짜 메인 요리는 이 요리 되겠습니다. 촉향불탕어(다시 한번 중국간체라 확실치 않습니다.) 영어로 fish slice with vegetable in boiled chili oil 인 이 요리는 전주 비빔밥, 포항 과메기, 인천 쫄면 같이 중국 사천 지방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국구가 된 사천지방 대표 요리입니다. 영어 이름에서 보이듯이 생선살과 야채를 기름에 끓여 내옵니다만 사천 요리가 처음이신 분들은 거기서 제공된 국자는 과감히 버리시고 젓가락으로 생선 살만 골라 드시기 바랍니다. 섣불리 야채랑 같이 먹으려고 국자로 푹 퍼서 그릇에 담았다가는 제가 처음 갔을 때처럼 이건 사람 먹으라고 내 온 음식이 아니라며 광분하여 주방에 뛰어 들어가려다 여기 저기 이 요리를 먹으며 맛있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조용해 졌듯이, 마치 온라인 게임 처음 시작한 초보가 자기 레벨도 모르고 고렙 사냥터 가서 몹 한 마리 죽이지 못하고 맨날 죽어서 광분하여 운영자에게 욕으로 도배된 쪽지 보내려다 주변 사람들 레벨을 체크해 보고 아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깨닫고 다른 데로 이동하듯이 이 음식이 당신에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당신의 사천 레벨이 저렙이기 때문이지 음식이 이상해서가 아닙니다. 참고로 6렙인 저는 요즘 저 탕 안에 들어 있는 콩나물과 함께 생선을 먹고 있으며 6렙 임에도 국자는 저에게 투핸드 소드처럼 버거워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요리 생선살만 골라 먹고 거기에 젓가락으로 조금씩 야채를 건져 먹는 저 같은 초보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몹이라 할 수 있습니다. 6번 가서 6번 다 시켜 먹었습니다. 처음엔 어렵더라도 계속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점점 늘어가는 당신의 레벨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사천 요리의 매운 맛은 고추의 매운 맛이 아닙니다.

 



산초나무 열매인 분디라 부르는 지름 3mm정도 이 열매의 맛은 머라고 말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저 여기 가시면 어느 요리에나 들어 있으니 하나 젓가락으로 집어서 이빨로 깨물어 먹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뒤 모든 요리를 먹을 때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분디가 섞여 있나 찾아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겁니다. 참고로 6렙 인 저는 한 두개 정도는 이제 그냥 먹고 있습니다. 초보 분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합니다. 당신의 레벨로는 꺾을 수 없는 몹이니 보이면 조용히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건져 내시기 바랍니다. 호기롭게 도전했다가는 혀가 마비되어 발음이 꼬이기 시작하고 배가 아파 오기 시작한 후 후회해 봤자 내일 화장실 최소 3번은 북두신권의 낙인처럼 처절하게 당신의 배에 각인되어 있을 겁니다.

 

사실 이곳의 요리를 설명하면서 매운 맛만 강조하였지만 사실 여기 요리 그저 맵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 나오는 모든 식재료의 그 고급스러움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고급 음식점의 그것보다 더 뛰어납니다. 여기 음식의 맛이 그저 매워서 다시 찾는 것이 아니라 음식 재료의 준비부터 조리까지 정말 돈과 정성 아끼지 않고 준비하기에 사람들이 다시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 언급된 소고기 편육, 돼지 곱창, 생선살 그 자체 만으로 다른 중국 레스토랑보다 더 나았습니다. 그만큼 제대로 된 식당이라 하겠습니다.

 

이 식당의 사천요리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번지 점프와 같습니다. 번지 점프 할 때 점프대에 서면 내가 이걸 왜 돈 내고 하나 싶고 괜히 왔다 후회되고 점프한 후에는 무섭고 앞이 안 보이고 죽는 거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다가 바닥에 도착하여 발에 묶인 로프의 반동으로 인해 다시 몸이 올라가기 시작할 때는 아 내가 살았구나 에서 오는 안도감,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면서 오는 나른함을 느끼듯이 식당에 들어가 냄새 맡자 마자 왜 왔나 싶고 먹으면서 속 쓰리고 혀는 얼얼하고 땀은 비 오듯이 나지만 끝내고 나오면 밤바람을 맞으면 정말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해 주고 이 느낌은 머리 속에 쾌락으로 남아 그 뒤에도 계속 찾게 만들어 줍니다. 여러분도 이 고통을 쾌락처럼 찾게 될 것입니다. 한 번만 맛보면.

 

마지막으로 상식 하나로 마무리 합니다.매운 맛은 맛이 아닙니다. 혀가 느끼는 고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