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맛집 - 특이한 걸 찾는다면? 위구루 레스토랑
8년 전에 호주 워킹 왔을 때 처음 먹었던 베트남 쌀국수가 이제는 체인점이 서너 종류가 있을 정도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듯이 지난 10년간 서울도 이제는 정말 많이 발전해서 전세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강남역이나 삼성동 코엑스에 가면 이러저러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싼 값에 먹을 수 있기에 제가 무얼 소개 한다해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에이 그거 먹어 봤는데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소개하는 레스토랑은 아닐 거라 자신 합니다. 제가 아는 한 이 나라 음식점은 한국에 없는 걸로 알고 있고 사실 이름 듣고 그게 무슨 나라냐 의아해 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 나라 이름은 위구르. 들어 보셨나요? 세계사 시간에 돌궐제국, 위구르제국이라고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 보셨을 나라입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 있던 유목민들의 나라. 벌써 오래 전에 망한 나라. 몽고와 같이 한 때 유목민들의 제국을 세워 봤던, 그러나 지금은 중국 소수 민족으로 전락한,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중국, 우즈베키스탄, 아프카니스탄 등에 걸쳐 사는 민족, 하지만 아직도 자기네들 말과 음식을 지키고 있는 민족입니다. 더 궁금하시면 구글링.
이 들어 보기도 힘든 나라 음식이 떡하니 시드니 한 복판에 식당을 열고 꽤 성업 중에 있습니다. 그 위치는 놀랍게도 시티 아리산 바로 맞은편.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생소한 음식이 맛있다.
Uighru cuisine restaurant.
정말 썰렁한 간판에 딱 보면 한국의 기사식당이 바로 생각나게 하는 이 정말 못생긴 식당은 처음 중국인 친구가 데리고 가려고 했을 때 저는 도살장 끌러가는 소마냥 다리를 질질 끌면서 들어갔습니다. 70년대 우리나라 노래를 연상시키는 음악, 시골 읍내 다방에나 있을 듯한 조화로 장식된 촌스러운 카운터, 분식집에서나 나오는 코팅된 메뉴판. 그런데 그것마저 끈적거렸던. 불친절한 종업원. 아 오늘 폭탄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에 빨리 저녁이나 먹고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이 바로 나던, 이게 저의 그 식당에 대한 첫인상입니다.
리뷰를 위해 이번 주 방문하였을 때 인테리어가 바뀌었고 종업원도 바뀌었더군요. 머 성형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왔나 봅니다. 하다 만듯한 모습이더군요. 이해는 합니다 원래 바탕이 너무 안 예뻤기에. 바꿀거면 미녀는 괴로워에 나오는 김아중처럼 확 바꾸고 저에게 나타났다면 정말 이 리뷰에 칭찬 일색으로 글을 쓰고 아픈 과거는 언급도 안 했었겠지만 이건 머 쌍꺼풀 수술하고 붓기 안 빠진 눈으로 달라진 그러나 좋아지진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 나 예쁘지 하는 여자친구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식당 전경입니다. 넵 보시고 나서 의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게 정말 한 거? 이 식당의 성형 전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전보다는 좀 나아진 겁니다. 이렇게 해 놓고 이 식당을 찾는 이유인 lamb kebab을 시키려고 봤더니 가격이 2.50이나 오른 12.50. 이제 자기도 쌍꺼풀 수술해서 예뻐졌으니 나 아니어도 만날 사람 많다며 튕기기 시작합니다. 화가 좀 납니다. 이 식당 상황파악을 좀 못하는 거 같습니다. 메뉴판 보고 솔직히 리뷰를 하지 말까 까지 생각해 보았지만 지난 정을 생각해 리뷰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널 만났던 건 lamb kebab이 10불이었어서 라고 말하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마음에 담아둡니다.
Kawap lamb kebab 12.50 전에는 10.00
양고기에 cumin과 약간의 향신료로 양념을 한 후 꼬치에 꽂아서 구워내는 이 케밥이야말로 이 식당의 얼굴마담이자 이 식당을 다시 찾게 하는 미끼입니다. 이 식당을 가기로 할 때마다 이 케밥을 먹을 생각에 벌써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음식입니다.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한 맛이 있거나 매우 자극적이거나 한 음식이 아닙니다. 이 케밥이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건 딱 하나. 고기맛. 고기가 고기다워야 고기라는 절대 진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10만원 내고 내 주먹 만한 립아이를 먹으면서 우아한 척, 고상한 척, 있는 척 다 해봐야 사실 그게 자리 값이지 고기값은 아닌 거죠. 고기의 맛을 알고 싶으면 이 케밥이 아주 간단하게 고기만으로 얼마나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증명해 줄 것입니다. 불에 직접 구워 스테이크처럼 육즙이 살아 있어 고기가 전혀 뻑뻑한 맛이 없고 부드러우며 고기맛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수준의 적절한 양념. 거기다가 딱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
물론 제가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이 케밥이 더 맛있다고 하는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격 대비로 따지면 30불 넘는 스테이크가 당신에게 주는 즐거움만큼을 이 꼬치 5개에 12.50불인 케밥이 거의 동일하게 질적으로 양적으로 제공한다는 얘기입니다.
양고기는 냄새 나서 절대 안 먹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케밥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불에 직접 구워내서 기름을 쭉 빼냈고 거기다 사실 이 레스토랑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halal 음식점입니다. 즉 여기서 제공되는 고기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양을 도축한 후 모든 피를 제거한 후 제공된 고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으며 철분 맛이라 할 수 있는 스테이크 특유의 약간 시큼한 맛이 전혀 없습니다. 전에 혼자 집에서 양고기를 후라이팬에 구워 먹으려다가 또는 친구가 바베큐 한다고 공원으로 데려가 약한 불로 양고기 굽다가 그 냄새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 전혀 양고기는 쳐다도 안 보시는 한국 분 계시면 여기서 그 트라우마를 고치시고 왜 많은 사람들이 고기는 양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지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제가 좋아하는 양혀 샐러드(가격은 달랑 10불)를 추가하시면 아마 양고기 트라우마는 한 방에 날려 버리실 겁니다. 자긴 죽어도 양고기는 안 먹겠다 하시면 안타깝지만 양을 길러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 유목민들의 식당에서 제공받으실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Naan 밖에는.
그리고 식사로 수타면 한 그릇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여긴 시드니에 어떤 중국식당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정말 수타면을 팔고 있습니다. 정말 면발이 질기고 씹히는 맛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여기만의 수타면은 면만 놓고 보면 시드니 최고의 면발입니다. 정말 면만 놓고 보면 말입니다. 면만 사서 짜장소스를 부어먹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굳이 그네들의 양념이 맛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타면은 여러 종류가 있으니 메뉴판에 hand-made noodle 코너에서 설명 보시고 드시고 싶으신 걸로 골라 드시면 됩니다. 참고로 제가 먹은 Guyru lahman hand made noodle 의 가격은 12불이였습니다.
이 레스토랑에 대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의견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 Lamb skewers are fantastic and "Loves to Eat"
- The lamb kebabs and the home made noodles are a must! The meals are dirt cheap and are very under priced for what you get.
- Food, the lamb skewers are a must! The menu doesn't seem as attractive as the taste but when you take that first bite, your mouth will experience a burst of flavours.
- Lamb skewers are to die for and so cheap at $12.50 for 5. Gotta love it as a cheapie.
- The highlight of the night was the lamb and noodles. (never tasted lamb like that before, and I've eaten everywhere)
이 레스토랑에 대한 제 의견으로 마칠까 합니다.
너는 정말 예뻐. 그러니 좀 꾸미렴. 그럼 정말 인기 좋을텐데.